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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시평] 신뢰 학살, 정치 붕괴는 피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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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의장협의회 |
작성일 : 2013-10-22 |
조회수 : 15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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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공모에 의한 공약 뒤집기 한판이 시도되면서 한국 정치라는 부실 건축물을 힘겹게 지탱하고 있는 '최소한의 신뢰'라는 기둥이 흔들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지난 대선과정에서 내놓은 대표적인 정치쇄신 공약인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가 유야무야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단적으로 9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던 몇 개의 국회 특위 중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을 다루는 정치쇄신특위는 아무런 성과도 기약도 없이 종료되어 버렸다.
새누리당이 어떤 당인가? 약속과 신뢰를 간판 상품으로 팔아온 분을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지난 4월 가평군수 보궐 선거에서 무공천을 실천했다.
민주당은 또 어떤 당인가? 민주적 절차와 원칙과 신뢰를 간판 상품으로 팔아왔고, 논란이 분분한 이 공약을 지난 7월 전당원 투표를 통해서 2/3 이상의 동의를 얻어 재차 확인했다.
여야 막론하고 공약 뒤집기 시작되었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공약집에 촘촘히 적힌 수백 개 공약 중의 하나가 아니다.
저성장, 세수 감소 등을 이유로 축소, 변형할 수 있는 복지공약도, 정밀 검토해 보니 문제가 많다면서 포기할 수 있는 과학기술(특히 원자력발전) 공약도 아니다. 상대 당의 반대를 핑계 댈 수도 없다. 이는 속일 수도 숨길 수도 없는 국회의원의 기득권 문제다.
지금 우리 사회는 힘센 집단이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작은 모범을 보이는 것이 국운을 가를 정도로 중요하다. 한국 사회의 최대 문제인 양극화, 일자리 문제도, 넘쳐나는 억울함, 불안함, 고단함 문제도 결국은 힘센 집단이 깔고 앉은 기득권의 양보, 자제, 축소 여부가 관건이다.
그런데 자신의 기득권은 몰염치하게 사수 하면서, 재벌·대기업, 고소득자, 공무원, 대·공기업 노조, 농협, 각종 전문자격사 등의 기득권을 손보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얼마나 가증스럽겠는가!
국정원 댓글 공작에 대해 야당과 시민사회가 분노하는 것은 많아야 수십 명이 벌인 댓글 질이 선거 승패를 갈라서가 아니다. 어두운 과거가 있는 국정원이 그 최고 책임자의 지시에 의해 다시금 선거에 개입, 민주주의의 근간인 공명선거를 훼손하였기 때문이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약 뒤집기가 국정원 사건 이상의 폭발력이 있는 것도, 정치를 지탱하는 근간인 신뢰를 뽑아서 기득권에게만 잠깐의 온기를 쐬게 해주는 불쏘시개로 쓰려고 하기 때문이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약 뒤집기의 위험성
그런데 신뢰의 중요성을 모르는지, 선진국과 확연히 다른 한국 정당의 현실을 모르는지, 정당정치 원론을 들먹이며 원점 재논의를 요구하는 사람도 있다. 이 물타기 수법의 실천적 귀결은 현행 제도 그대로 2014년 지방선거를 치르는 것이다.
멍청한 것인지, 기득권의 앞잡이인지 알 수가 없다. 공천제를 폐지한다고 해서 지방자치와 정당정치가 껑충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현행 제도가 절대악도, 만악의 근원도 아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공약을 뒤집으면 정치라는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이 무너진다.
정치에서 신뢰는 기둥이자 생명이다. 그래서 일찍이 공자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무기, 식량, 신뢰 중에서 어느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마지막까지 움켜쥐고 있어야 할 것이 통치자(정치집단)에 대한 신뢰라고 한 것이다.
제도의 장단점을 놓고 시비 할 때가 아니다. 약속 이행을 전제로 그 그늘을 줄이는 것이 논의의 초점이 되어야 한다. 신뢰 학살, 정치 붕괴는 피해야 한다.
내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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