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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
풀뿌리 민주주의 위해 與野 기득권 내려놔야
지방선거를 불과 1년도 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정당공천 폐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4년마다 되풀이되는 논란이지만 야당인 민주당이 먼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하면서 기름을 부은 셈이 됐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정치쇄신특위`를 통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선거에서의 정당공천제의 한시적인 폐지(2014년부터 세 번에 걸쳐)를 골자로 한 공천제도 개혁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정당공천제 폐지가 후보들의 난립, 지역 토호세력들의 득세, 여성과 소수 약자들에게 불리, 그리고 위헌 가능성 등을 들면서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한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아마도 최종적인 결론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각 정당들이 내년 지방선거에 대한 이해득실을 계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내 최종 결론에 이어 정당 간 선거법 협상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국회의원들이 기초단체장과 의원들을 관리ㆍ통제할 수 있었던 최대 기득권 중 하나인 공천권을 쉽게 내려놓고 싶지 않아 하기 때문에 과연 정당공천제 폐지가 공직선거법 개정까지 이어질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지금은 2006년이나 2010년 지방선거 당시와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정당개혁과 공천개혁도 전혀 하지 않은 채 정당들이 또다시 공천제를 얼버무리려 한다면 국민적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70% 정도는 풀뿌리 민주주의 의미를 살리고 중앙당의 기득권 행사를 반대하며 정당공천제를 반대하고 있다.
공천제도의 폐해를 인정하면서도 각 정당들이 이런저런 부작용을 고려해 제도 유지가 불가피했다면 우선 공천제도를 최소한의 수준만이라도 바꿨어야 했다. 그러나 지난 여섯 번의 지방선거를 치르는 동안 정치인과 정당은 공천제를 혁명적으로 바꾸는 것은 고사하고 잘못된 제도를 수정하는 것조차 외면했다.
내년의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국회는 정당공천제 폐지를 선거법 개정을 통해 반드시 마무리해야 한다. 정당공천제로 나타난 심각한 폐해, 대통령과 정치권의 약속, 그리고 국민의 반대여론 등을 존중한다면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여야는 당리당략과 기득권을 과감히 버리고 결단만 내리면 된다.
만일 이런저런 이유를 구실로 정당공천 폐지를 반대한다면 오히려 정치개혁에 대한 명분과 실리를 다 잃고 내년 선거에서 국민의 불신임을 받을 것이다. 지금은 위기에 놓인 정당정치와 지방자치를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하고 시급하다. 다시 한번 현명한 결단을 해 줄 것을 촉구한다.
◆정연주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
사회적 약자 배제되고 정당의 법적권리 침해
정당의 기능 중 하나가 각종 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함으로써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다. 헌법은 정당의 다양한 기능을 보장하기 위해 복수정당제를 비롯해 각종 권리를 정당에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특정선거에서 정당공천을 금지함으로써 정당을 배제하는 것은 정당의 기능과 자유를 침해하고 정당민주주의를 부정하기 때문에 위헌의 소지도 크다.
실제로 여성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정치적 기반이 약한 전문가들은 주로 정당을 통해, 특히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통해 선거와 정치에 참여한다. 그런데 기초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을 금지하고 동시에 비례대표제를 폐지한다면 결과적으로 이들의 참여를 봉쇄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지역유지나 재력가 또는 유명인사 등이 선거과정에서 유리한 입장에 설 수밖에 없고, 선거에 대한 무관심과 정보 빈곤의 풍토를 고려한다면 선거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
여성 배려를 위해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여성명부제도 그 정당성이 의심스럽다. 여성 배려는 분명 필요하지만 왜 장애인을 비롯한 다른 약자를 위한 배려는 없는가? 여성명부제의 도입은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는 남성 후보자의 평등권 침해와 여성명부제에 대한 강제적 투표를 통해 야기되는 유권자의 선택권 제한 등 참정권 침해도 문제가 된다.
이러한 문제는 바로 비례대표제의 확대로 해결해야 한다. 광역선거에서 인정되는 정당의 후보자 추천을 유독 기초지방선거에서만 금지하는 것도 합리적 차별사유 없이 기초지방선거의 후보자와 유권자를 차별하는 것으로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
정당공천을 폐지하면 공직선거법과 헌재 결정에 따라 후보자는 특정 정당으로부터의 지지 또는 추천받음을 표방할 수 있고, 정당의 당원 경력을 표시하는 행위도 허용된다. 한쪽에서 정당공천을 금지하면서 다른 한쪽에서 정당으로부터의 추천받음을 표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특정 정당으로부터의 지지 또는 추천의 표방, 당원 경력 표시는 효과에서 정당공천과 동일한 효력을 낸다. 결국 정당공천을 폐지해도 정당의 영향력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결국 공천비리는 공천과정과 사람의 문제이지 공천제도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정당의 민주화나 상향식 공천제, 특히 비례대표제의 확대 등 다양한 제도적 보완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만일 공천폐지만이 답이라고 확신한다면 법으로 정할 것이 아니라 폐지를 주장하는 정당들 스스로 정당공천을 포기하면 된다. 정당공천을 필요로 하고 공천비리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군소정당들의 공천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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