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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당공천제 폐지…안철수發 ‘불편한 진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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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의장협의회 |
작성일 : 2013-08-08 |
조회수 : 19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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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대선 불법개입 의혹을 놓고 여야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가 사실상 폐지될 것으로 예상돼 주목된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국정원 국정조사’로 팽팽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데, 이 와중에도 ‘기초의원·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는 양측의 암묵적인 합의 하에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정당공천제 폐지는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공통 공약사항이었다.
정당공천제의 부작용은 아이러니하게도 오픈프라이머리(국민경선제)에서 비롯됐다. 오픈프라이머리는 당원 뿐 아니라 누구나 경선에 참여해 정당의 후보를 선출할 수 있는 제도로, 당원에게 국한된 공천권을 국민에게 나눠 주겠다는 취지다.
여야 모두 정치개혁을 내세우며 몇 년 전부터 이 제도를 도입했지만 폐해가 더 많았다. 일명 ‘동책’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입당원서나 경선참여동의서를 들고 다니며 동네 주민들을 ‘싹쓸이 가입’ 시키다시피 했고, 그렇게 양산된 ‘종이지지자’들은 민주당 경선이 끝나면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경선장에 몰려 들었다. 경선 시즌이 되면 동네 음식점·술집이 북새통을 이뤘고, 금품·향응 등 갖은 불법선거가 횡횡했다.
정당정치의 근간을 이루는 당 정체성, 강령, 이념 등은 안중에 없었다. 오직 ‘누구에게 동원되느냐’만 존재했다.
그나마 기초의원(시군구 의원) 경선은 ‘사고 지역’을 제외하곤 오픈프라이머리가 아닌 여론조사 등을 통해 당공천심사위원회가 후보를 결정했지만, 말이 공천심사였지 사실상 지역위원장이나 국회의원의 추천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였다.
‘지역 대의원회의’가 결정한 후보추천서가 당공천심사위가 후보를 정하는 핵심 요건인 상황에서, 대의원을 선임하는 권한이 지역구 국회의원(또는 지역위원장)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현역 국회의원들은 무소불위의 공천권을 거머쥐고 있었다.
이런 폐해 때문에 여야 모두 지난 대선 때 정당공천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것이다.
현재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정당공천제 폐지라는 큰 틀에 사실상 합의한 상태다.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공약인 만큼 서둘러 폐지하자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지역위원장들의 반발에 부딪혀 이리저리 눈치를 보다가 최근 전당원 투표를 통해 정당공천제 폐지 당론을 확정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큰 변수가 없는 한 올 가을 정기국회 때 정당공천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새누리당-민주당 서로 ‘윙크’ 왜?
하지만 ‘국정원 對 NLL’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당내부에서도 논란이 많은 정당공천제를 서둘러 폐지하려는 속내를 들여다보면 별 생각이 다 든다.
안철수 신당에 대한 거대 정당들의 견제논리가 작용한 건 아닐까하는 생각은 지나친 비약일까?
내년 지방선거에서 야권의 주도권을 놓고 민주당과 경쟁해야 하는 안 의원 측은 정당공천제 폐지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양대 정당에 비해 조직과 자금력 면에서 월등히 약세인 안 의원은 ‘안철수 신당’을 통해 바람몰이를 해야 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안 의원 측 후보들은 ‘안철수 마크’를 달고 나올 수 없다. ‘안철수가 후보를 검증했다’는 흔적을 남길 길이 없는 것. ‘안철수 프리미엄’이 사라져 무소속 후보와 다름없는 상황이 된다.
반대로 정당공천제가 사라지면 인지도에서 앞서는 현역 기초의원·단체장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번거로운 오픈프라이머리나 심사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현역 프리미엄’으로 충분히 앞설 수 있다. 대부분 현역들은 새누리당과 민주당 소속이다. 여야가 첨예한 대립정국에서도 정당공천제 폐지를 놓고 서로에게 ‘윙크’를 날린 이유가 여기에 있어 보인다.
결국 정치개혁이라는 명분에 묻혀 정치신인들의 진출은 더 어려운 상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때 구청장 예비후보로 출마했다 경선에서 낙마한 뒤 ‘안철수 신당’으로 출마를 준비 중이라는 한 젊은 인사는 “정치신인이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줄서지 않은 상태에서 후보공천을 받는다는 건 불가능하다”며 “마지막 희망이 ‘안철수’로 승부를 걸어보는 것이었는데 그나마도 힘들게 돼 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의 말처럼 기득권의 장벽을 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치개혁이라는 명분도 거대정당들의 유·불리에 따라 개혁방향이 정해지는 모순이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여지없이 나타나고 있다.
정당공천제를 그냥 두느냐 폐지 하느냐의 문제를 떠나, 각 정당들이 후보자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화하는 게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역의원들만의 전유물인 의정보고회, 의정보고서 배부, 전시성 지역행사 등을 지방선거 전에는 지금보다 더 엄격하게 제한하는 쪽으로 선거법을 개정하는 것도 고려해볼 일이다.
젊고 유능한 정치신인과 여성들이 정당과 국회의원 도움 없이도 자유롭게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게 바로 ‘정당공천제 폐지’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 도기천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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